drops. part 1 - 3

11월 15일 열리는 아이돌마스터 통합 온리전 아이포유!에 출품할 치하야×하루카 소설본 <drops.>의 본문 텍스트 샘플입니다.

전체 10파트 구성 중 1-3파트 내용입니다.

 · 본 소설에는 '사랑의 묘약'이라는, 감정과 성욕을 자극하는 약물이 소재로 등장합니다. 그러한 소재에 민감하신 분들께서는 구입 혹은 구독을 피하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 본 소설은 실재하는 약물을 연상시키거나, 약물 사용 행위를 옹호하거나 권장하고자 하는 의도로 집필되지 않았음을 알려드립니다.
 · 본 샘플 내에는 성애행위가 직간접적으로 묘사된 장면은 없으나, 소재의 자극성을 이유로 미성년인 분들의 열람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 본 소설은 미성년인 분들께서는 구입하시거나 구독하실 수 없습니다.

* 내용 소개 및 페이지 샘플은 [링크] 를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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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근처에 이런 길이 있었나?
 나, 키사라기 치하야는 길을 헤매고 있었다. 일이 끝나 보고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는데, 어느새 어딘지 알 수 없는 낯선 골목에 들어와 있었다. 사무소를 나선 시점이 10시 즈음이었으니, 어림잡아 40분 가까이 헤맨 셈이다.
 도심을 그렇게나 걸었는데도 지하철 역 하나, 택시 한 대도 보이질 않았다. 아니, 애초에 기분 나쁠 정도로 인적이 전혀 없었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주위의 건물에서 환풍기가 돌아가는 소리뿐. 이래서야 치안이 나쁜 밤거리라고도 할 수가 없었다.
 길을 잃었다는 걸 깨달은 시점에는 겁도 났지만, 점점 무섭기보다도 피곤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어서 집에 들어가서 쉬고 싶다고 생각하며 골목을 돌았다. 주황색 가로등 불빛 일색이던 골목에, 처음으로 켜져 있는 간판이 나타났다.
 요즘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시대착오적인 분홍색 네온사인. 멋을 부려 휘갈긴 듯한 글씨로 가게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카페 레이븐…?"

 어두운 골목 한복판에 자리한 카페. 평소라면 이런 수상한 가게에는 들어가지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한참을 걷느라 지치기도 했고, 카페 주인이라면 나가는 길을 알고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기에, 나는 꺼림칙해 하면서도 문을 열었다.
 카페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희미하지만 매캐한 향내였다. 오래 앉아 있으면 목에 좋지 않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색유리로 만든 등갓을 씌운 백열등 조명이 몇 개인가 테이블과 벽을 비추고 있을 뿐, 실내는 어두침침했다. 벽에는 국적 불명의 종교화 같은 것이 수놓인 태피스트리가 걸려있고, 테이블에는 자주색 벨벳이 깔려있었다.
 아까부터 느껴지는 향내, 미묘하게 히피적인 분위기… 혹시 들어오면 안 되는, 수상한 약 같은 걸 취급하는 가게는 아닐까. 갑자기 불안해졌다. 다행히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했다. 누가 오기 전에 나가는 게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돌아서려는 순간이었다. 침침한 구석에서 누군가가 일어났다.

 "앉으세요. 편하신 자리로."

 놀라서 소리를 지를 뻔한 것을 간신히 참았다.
 목소리의 주인은 천천히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녀가 조명 근처를 지나자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짙은 남색의 이브닝드레스에, 같은 색의 숄을 두른 풍만한 여성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거역할 수 없었다. 나는 그녀로부터 물러나듯 문 앞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녀는 흐르는 듯한 걸음으로 내가 앉은 테이블 앞에 다가와 섰다.

 "주문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그녀가 메뉴판을 내밀었다. 낱장의 메뉴판은 낡아서 코팅한 가장자리가 벗겨지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손을 대고 싶지 않아 메뉴판 가장 위에 있는 이름을 보고 재빨리 대답했다.

 "블랙커피로 부탁드려요."
 "블랙커피 말이죠, 알겠습니다."

 그녀는 메뉴판을 거두고, 상체를 숙여 테이블 위의 양초에 불을 붙였다. 실내에서 나는 향내의 원인은 이건가. 생각했던 것 같은 수상한 가게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해도 오래 머물고 싶지는 않은 가게라는 건 변함없었지만… 나는 커피가 나오는 대로 나가는 길을 묻고 빨리 나가자고 마음먹었다.
 카페 주인은 잠시 가게 구석의 카운터 너머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더니 이내 쟁반에 커피잔을 받쳐 들고 왔다.

 "느긋하게 쉬다가 가세요."
 "잠시만요."

 나는 잔을 내려놓고 가려는 그녀를 불러 세웠다.

 "무슨 일이신가요?"
 "실은 제가 길을 잃어서요. 큰 길로 나가려면 어느 쪽으로 가야 하나요?"
 "나가실 때 카페 명함을 드릴게요. 뒷면에 약도가 있으니까요."

 마음 같아서는 당장 명함만 받고 나가고 싶었지만 일단은 말없이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커피는 헤이즐넛 향의 묽은 인스턴트 커피였다. 맛있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잠시 발을 쉬는 거라고 생각하면 그리 끔찍하기만 한 상황도 아니었다.
 건성으로 커피를 마시는 척을 하며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처음에 들어와서 본 것들 외에 눈에 띄는 건 딱히 없었다.
 카페 주인은 구석의 테이블로 돌아가 사각거리는 소리를 내며 무언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카드였다. 그녀는 카드를 늘어놓고, 뒤집으며 들여다보고 있었다.
 내 시선을 느끼기라도 한 건지, 그녀가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나를 쳐다본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보면 안 되는 걸 엿보다가 들킨 것만 같아서 재빨리 눈길을 피했다. 다시 잔을 내려놓고 그녀 쪽을 힐끗 쳐다보니,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카드를 정리하고 있었다.
 잠시 뒤 그녀가 내게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잠깐 괜찮으신가요?"
 "무슨 일이시죠?"
 "별 건 아니에요. 대단한 게 아니라… 제 취미가, 손님을 한 분 맞이할 때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점을 치는 거라서요. 지금도 한 번 카드를 뽑아봤는데… 손님의 고민을 제가 도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점괘가 나오더군요. 어떠신가요, 한 번 점을 보시는 건? 물론 어디까지나 호의로, 제 취미로 하는 일이니까 돈 같은 건 받지 않아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빙긋 웃었다. 나는 웃지 않았다.
 평범한 가게는 아닌 것 같더라니, 이런 가게였나.
 점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 자체는 아무것도 아닌 말인데도 사람을 교묘하게 뒤흔들어놓는다는 점이 기분 나쁘다. 믿지 않으려고 해도 나는 결국 그 말에 휘둘리고 만다. 그렇기에 재미로라도 점을 볼 생각 따위는 없다.
 내가 거절하겠다고 말하려던 차였다. 내가 입을 열기 직전에 그녀가 말을 이었다.

 "좋아하는 사람을 붙잡는 데에 도움이 될 수도 있어요."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고 그녀를 노려보았다.

 "자, 그러면 해 보신다는 거라 알고…"

 그녀는 내 반응을 승낙으로 받아들였는지, 벨벳이 깔린 테이블에 카드를 엎어놓았다.
 나는 당황하면서도 그녀를 막지는 않았다. 그저 그녀가 카드를 뒤섞는 모습을 멍청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카페 주인이 카드를 섞으며 말했다.

 "좋아하시는 상대 남성의 모습을 떠올려주세요. 그리고…"

 정신이 확 들었다.

 "아뇨, 역시 그만둘래요."

 나는 곧바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
 굴욕적이었다. 점이란 건 결국 아무것도 아닌 말이란 걸 알면서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그저 재미로 늘어놓을 뿐인 말에 혹해서 듣고 있었다니… 이렇게 한심할 수가 없다.

 "어머, 제가 실언을 한 모양이군요. 죄송합니다."
 "아뇨, 괜찮아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전혀 괜찮지 않았다. 곧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는 걸 간신히 참고 있었다. 가능한 한 빨리 대화를 끝내고, 커피잔을 비우고 나가고 싶었다.

 "당신의 행동만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상대라는 거죠? 그렇다면 점은 의미가 없죠."

 눈치가 없는 건지, 눈치채지 못한 척을 하는 건지, 카페 주인은 뻔뻔하게도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런 손님에게라면 역시 이게 필요하겠군요."

 그녀가 오른손을 내밀었다. 언제 어디서 꺼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엄지손가락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유리병이 손바닥 위에 놓여있었다.

 "사랑의 묘약."

 그녀는 유리병을 쳐다보며 이야기했다.

 "한 방울이면 친애의 감정이 싹터요. 세 방울이면 친구로서는 더 이상 가까워질 수 없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되죠. 다섯 방울이면 그 이상, 둘만의 시간을 나누기를 바라게 되고, 일곱 방울이면 연인이 되기를 바라게 돼요. 그리고 아홉 방울, 한 병 전부를 먹으면… 욕정의 불이 붙는답니다."

 상황이 점점 더 불쾌해지고 있었다. 이런 노골적인 조롱을 참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나는 잔에 남은 커피를 단숨에 비웠다.

 "상대가 누구건 관계없이 마음을 가져와 주는 약. 나이나 외모 차이가 심해도, 취향이나 성격이 맞지 않아도, 심지어 원한이 있더라도, 혹은…"

 커피잔을 일부러 탁 소리를 내며 내려놓았다.
 그 소리가 오히려 그녀의 마지막 한 마디를 강조하고 말았다.

 "성별이 장벽이 되더라도, 상관없어요."




 2


 그 말을 들었을 때 떠올려버렸다.
 아마미 하루카. 765 프로덕션이 낳은 탑 아이돌. 그 밝고 상냥한 성격으로 모두 함께 앞을 향할 수 있도록 이끌어나가는 태양 같은 존재. 나의 가장 친한 친구. 내가 살아갈 이유를 잃어버렸을 때 나를 구원해준 사람.
 내가 가지지 말았어야 할 감정을 품어버린 상대.

 "이거라면 도움이 될까요?"

 그녀의 손바닥 위에서 투명한 액체가 채워진 작은 유리병이 반짝거렸다.

 "…놀리는 건 그 정도만 하세요."

 나는 의자를 뒤로 밀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내가 하루카에게 품고 있는 감정을. 내가 하루카에게 이런 감정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어머, 왜 놀리는 거라고 생각하시죠? 이런 약이 실재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인가요? 거짓말이 아니에요. 이건 정말로…"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사람 속을 이리저리 들여다보면서 마치 다 안다는 듯이 행동하는 게 맘에 들지 않을 뿐이에요. 그리고,"

 …가지지 말았어야 할 감정.

 "그런 물건을 쓰고 싶은 상대가 아니에요."

 그 말을 한 직후 후회했다. 필요 없는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이 카페에 들어오지 말았어야 했다. 이 이상한 공간이, 이 기분 나쁜 여자가 내 머릿속을 휘젓고 있었다.
 나가자. 어서 나가고 잊어버리자. 내가 겪은 일들도, 내가 지금 떠올린 생각들도.

 "아가씨."

 가방을 들고 돌아서려던 나를 카페 주인이 불러 세웠다.

 "아가씨는 반칙을 싫어하는 성격이시군요. 그렇죠?"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직까지도 아는 척을 하고 싶은 거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잠자코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자리에 앉으라는 말을 들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거역할 수 없었다.

 "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직접 손에 넣은 것뿐.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건 자신의 힘으로 얻어야만 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거죠?"

 나는 입을 다물고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직접 얻을 수 없는 것들도 많이 있어요. 노력만으로는 어떻게 해도 손에 넣을 수 없는 것들. 아가씨라면 이미 알고 있겠죠."

 …떨쳐낼 수가 없었다. 떠오르는 하루카의 모습을.

 "지금 아가씨의 눈앞에 있는 이 약은, 노력만으로는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을 붙잡을 수 있게 해 주는 도구에요."
 "그러니까…"

 간신히 쥐어짜듯 목소리가 나왔다.

 "그런 식으로 붙잡은 관계라면, 필요 없다고 말하는 거예요."
 "…정말로 그런가요?"

 그녀는 달아날 틈도 주지 않고 집요하게 물어왔다.

 "이 약으로 생겨난 감정이라면, 자연스럽게 생겨난 감정과는 다를 거라고 생각해서? 이 약은 상대를 지배하는 약이 아니에요. 다만 상대가, 당신을 원하는 감정을 조금씩 품게끔 하는 약일 뿐이죠. 이 약으로 이끌어낸 감정도, 자연스럽게 생겨난 감정과 똑같아요. 어떤  환상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애초에 감정이란 건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서 생겨나는 게 아니랍니다. 그러니, 이 약으로 상대를 붙잡는다고 하더라도…"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결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이제 나가봐도 될까요?"

 나는 카페 주인을 노려보면서, 하지만 한결 침착해진 목소리로 물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물어볼게요."

 그녀는 태도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대답했다.

 "아가씨는 정말로 이 약으로 얻을 마음이 필요하지 않은 건가요, 아니면…"

 그녀가 조명 밖으로 물러나면서, 그녀의 얼굴이 그림자에 잠겼다.

 "반칙을 저지르지 않는 자신을 지키고 싶은 것뿐인가요?"

 그녀가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손바닥에 얹힌 유리병이 백열등의 빛을 받아 반짝였다.

 "아가씨에게 더 소중한 건 어느 쪽인가… 반칙을 저지르지 않는 자신인가, 그 상대에게 사랑받고 싶어하는 자신인가. 이 약을 사용할지 말지는, 그 질문에 답한 뒤에야 결정할 수 있겠죠.
 지금 내 앞에서는 대답하지 않아도 좋아요. 다만 생각해야 할 거예요. 한 번 떠올린 이상, 이 질문을 잊을 수는 없을 테니까."

 거역할 수 없는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자, 받으세요."




 3


 일부러 약간 뜨거운 물을 틀었다. 찬 공기에 식었던 몸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물이 닿은 곳부터 온기가 몸에 스며드는 것이 느껴졌다. 아침부터 쌓였던 피로가 조금씩 씻겨나갔다. 몸이 적당히 따뜻해지자 물을 잠그고 바디워시의 거품을 온수에 상기된 피부에 문질렀다.  진한 한숨이 흘러나왔다. 오늘은… 너무 피곤한 하루였어.
 평소보다 긴 샤워였다. 파우더 룸에서 머리를 말리고 거실로 나왔다. 거실이라고 해도 부엌과 붙어 있는, 그리 넓지는 않은 방이다. 나는 테이블 앞에 앉아 약병과 명함을 내려다보았다.
 집에 돌아온 건 열한 시 반 경.
 약도를 보니, 어쩌다가 그런 곳에서 헤매고 있었는지 의아할 정도로 길은 가까이 있었다. 집에 돌아오는 데에는 걸어서 반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나 길게 느껴졌는데도, 카페에서 보낸 시간은 15분이 채 되지 않았다.

 '생각해야 할 거예요. 한 번 떠올린 이상, 이 질문을 잊을 수는 없을 테니까.'

 카페 주인은 그렇게 말하며 내게 약병을 넘겼다. 분하지만 그 말대로였다. 하루카에 대한 생각은 머리를 떠나지 않고 계속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하루카. 내가 가지지 말았어야 할 감정을 품어버린 상대.
 나는, 하루카와 가능한 한 가까운 존재가 되고 싶다.
 하루카와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을 보면 질투를 느낀다. 하루카에게 늘 가볍게 어리광을 부리곤 하는 미키, 언제나 장난을 걸어대는 아미와 마미, 하루카와 즐겁게 농담을 주고받는 마코토와 이오리, 요리 얘기를 나누는 하기와라 씨와 가나하 씨. 그 사람들이 맡은 역할들을 내가 맡을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늘 진지하고 서툴게 나를 드러낼 뿐, 세심한 소통이라고는 할 줄을 모르니까.
 내게 있어서야 하루카는 가장 친한 친구지만, 하루카는 나를 그렇게 생각할 리 없다.
 그뿐이 아니다.
 내가 하루카에게 원하는 것은, 가장 가까운 존재가 되는 것만이 아니다.
 하루카의 손을 잡고 싶다. 친구로서 자연스럽게 손을 붙잡는 것이 아니라, 깍지를 끼고 손을 맞잡아 하루카가 곁에 있다는 걸 새삼 확인하고 싶다. 하루카를 껴안고 싶다. 친구끼리 서로를 반기는 다정한 포옹을 하는 게 아니라, 있는 힘껏 하루카를 끌어안고 품 안에 있는 하루카의 체온과 고동을 느끼고 싶다. 구체적으로 생각한 적은 없지만, 그 이상의 일들도, 분명….
 내가 하루카를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면, 하루카는 무슨 생각을 할까? 지금 같은 관계를 유지하는 건 분명 무리겠지. 하루카는 어디까지나 나도 하루카를 친구로 대한다고 믿고서, 나를 친구로 대하고 있을 테니.
 하루카와 친구로서 지금보다 가까워지는 것도, 친구 이상으로 가까워지는 것도 내겐 불가능하겠지. 그야말로 절망적일 정도로 당연하게도….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의식적으로 하루카에 대한 생각을 피해왔다.
 하지만 오늘은 생각이 멎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생각을 피할 필요가 없을지도 몰랐다. 내가 원하기만 한다면….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나는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하루카가 건 전화였다.
 불순한 생각을 하고 있던 걸 들킨 것 같아 얼굴이 뜨거워졌다. 전화를 받을지 말지 망설였다. 내가 지금 하루카와 정상적으로 대화를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괜찮을까, 평소에도 내가 많은 말을 하지는 않으니….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전화를 받았다.

 「앗, 받았다! 치하야, 자고 있었어?」
 "아니, 지금 막 씻고 나온 참이야."
 「다행이다! 벌써 자정이 지나서 자고 있는데 깨웠을까 했어!」

 밝은 목소리였다. 목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데도, 안심하면서 웃는 하루카가 보이는 것 같았다.

 "아니야. 지금은 아직 잘 생각도 없고. 무슨 일이야?"

 나도 어쩐지 안심이 돼서, 조금은 편해진 마음으로 대답했다. 이 정도 대답만 해도 하루카는 이야기를 시작하고 계속할 것이다.

 「잘 됐다! 있지, 오늘 레코딩을 하는데…」

 언제나 그렇다. 하루카는 나에게 먼저 말을 걸고, 이야기를 해온다. 왜 내게 말을 거는 걸까 궁금할 정도로 내게 상냥하게 대해온다.
 내가 하루카였다면 대화 상대로 나를 고르지는 않았으리라고 생각한다. 좀 더 즐겁게 이야기할 만한 사람이라면 마코토나 가나하 씨가 있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라면 하기와라 씨가 있다. 말솜씨도 없고 무뚝뚝한 나와 이야기하고 싶어 할 만한 이유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굳이 추측하자면, 하루카가 나에 대해 갖고 있는 감정은, 자신이 돌봐준 동물을 걱정하는 감정 같은 게 아닐까.
 내가 노래를 잃어버렸을 때, 하루카는 나를 지켜주었다. 손을 내밀어 나를 구해주었다.
 그때 하루카가 내게 손을 내밀었던 건, 내가 특별하거나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건 아마도 어린아이가 날개를 다친 새를 발견했을 때 집으로 데려와 보살펴주는 것과 마찬가지. 하루카는 그저 나를 내버려둘 수가 없었던 것이리라.
 새를 보살피다 보면 새에게 정이 든다. 그건 새가 특별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새의 존재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새를 향한 동정심을 친밀감으로 착각하는 것, 새가 곁에 있다는 사실이 자연스러워지는 것이다. 그뿐이다. 결코, 새 그 자체가 특별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하루카가 나를 상냥하게 대하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루카는 단지 지금 나와의 거리에 익숙해져 있을 뿐, 특별한 이유나 감정이 있어서 나와 가까이 지내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결코 내가 하루카에게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가지지 말았어야 할 감정이라고 말하는 것도 그런 의미다. 나는 하루카에게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하루카에게 지금 같은 애정을 받고 있을 자격은 내겐 없다. 하물며 이 이상 가까운 사이가, 누구보다 가까운 존재가 되길 바랄 자격은….
 전부 알고 있었다. 필사적으로 하루카에 대한 생각을 피하면서 외면하고 있었을 뿐이다.
 하루카가 내게 상냥하게 대하는 것이 그저 동정심 때문일지라도, 하루카에게 내 마음을 감추고 있는 한은, 하루카와는 지금 같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니까.
 설령 하루카가 생각하는 우리의 관계가 내가 기대하는 것과 다를지라도, 하루카에게 확답을 듣지 않는다면 나도 눈을 감고 하루카에게 계속 어리광을 부릴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제 더는 하루카와의 관계의 모호함에 기댈 수 없다. 하루카에 대한 생각은, 다시는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내 안에 깊숙히 들어와버렸다. 이제는 답해야만 한다. 내게 더 소중한 건, 반칙을 저지르지 않는 자신인지, 하루카에게 사랑 받고 싶어하는 자신인지.
 만약 정말로 자신에게 당당해지기를 바란다면, 나는 하루카에게 물어봐야만 한다.

 『하루카는 나를 어떻게 생각해?』

 설령 하루카가 나를 동정하고 있을 뿐이라고 대답하더라도. 그 결과 하루카의 동정심에 기대기를 그만두게 되더라도.

 "저기, 하루카."
 「응?」

 하루카가 곧바로 대답해 왔다.

 『하루카는 나를 어떻게 생각해?』

 말해도 괜찮을까?
 정말로 나는 지금의 하루카를, 포기할 수 있을까?

 "미안, 아무것도 아니야. 잘 자, 하루카."

절대온도 13.15K (아리스 & 아스카 만담 만화)

11월 15일 열리는 아이돌마스터 통합 온리전 아이포유!에 출품할 아리스 & 아스카 만담 만화의 샘플입니다.


<절대온도 13.15K>
  - 만화_RULI / 글_◆*P
  - A5 20-24p (예정)


1년이 지나 13세, 중학생이 된 아리스가 중학교 3학년이 된 아스카에게 일상적으로 태클을 거는 만담 만화입니다.
아스카가 쓸데없이 길게 말하고 아리스가 해석해주는 만화
아스카 외에도 중2병 캐릭터가 몇 명 더 나옵니다.


    - 이하 샘플 -

<표지>

<p04-p05>

<p10-p11>

eight. (신데렐라 걸즈 괴담 만화 / 소설 트윈지)

11월 15일 열리는 아이돌마스터 통합 온리전 아이포유!에 출품할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괴담 트윈지의 샘플입니다.


<eight.>
  - 가격 6,000원
  - 만화_Seren / 소설_◆*P
  - B6 60p (예정)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캐릭터들의 초단편 괴담을 내용으로 하는 만화 / 소설 트윈지입니다.
정통 호러라기보다는 기담에 가까운 내용의 이야기 8개 가량이 들어갑니다.


    - 이하 샘플 -


<표지>


<만화_Seren>


<소설_◆*P>



drops. (치하야×하루카 소설본 / 19세 미만 구독 불가)


11월 15일 열리는 아이돌마스터 통합 온리전 아이포유!에 출품할 치하야×하루카 소설본 <drops.>의 페이지 샘플입니다.


<drops.>
  - 가격 6,000원
  - 글_◆*P / 그림_Seren
  - B6 60p (표지, 본문, 삽화 포함)
   * 19세 미만 구독 불가
 

하루카를 짝사랑하는 치하야가 주인공인 단편입니다.
가망이 없어서, 그리고 스스로 허락하고 싶지 않아서 묻어두었던 감정. 그 감정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랑의 묘약'이라는 정당하지 못한 수단이 주어졌을 때, 더는 외면할 수 없게 된 욕심과 치하야가 점차 타협해나가는 과정이 주요 내용입니다.


 · 본 소설에는 성애행위가 직간접적으로 묘사된 장면이 있습니다. 미성년인 분들께서는 구입하시거나 구독하실 수 없습니다.
 · 본 소설에는 '사랑의 묘약'이라는, 감정과 성욕을 자극하는 약물이 소재로 등장합니다. 그러한 소재에 민감하신 분들께서는 구입 혹은 구독을 피하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 본 소설은 실재하는 약물을 연상시키거나, 약물 사용 행위를 옹호하거나 권장하고자 하는 의도로 집필되지 않았음을 알려드립니다.

  * 일부 장면의 표현 수위와 소재의 자극성을 이유로 미성년인 분들의 구입과 구독을 제한하였으나, 성애행위의 묘사가 주된 내용을 이루지는 않습니다. 구입을 고려하시는 분께서는 이 점을 참고해주세요.

    - 본문 샘플 -

        [링크]


    - 페이지 샘플 -


 <표지>


 <p01>

 <p02-p03>

 <p30-p31>